[영화]웜바디스, 로맨틱좀비 사랑에 빠지다!

너를 만나고 나는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다

신숙희 기자 컬처리뷰 송고시간 2013/03/18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5/05/13 00:00:00

 

<"내 소개를 하고 싶어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 'R'로 시작하는데 나머진 모르겠어.">

[연합경제]좀비하면 흐느적거리는 팔과 다리, 초점 없는 퀭한 눈,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맞다, 좀비(Zombie)는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다 

이 영화 [웜바디스]에는 아주 색다른 좀비가 나온다. 그(니콜라스 홀트)의 온몸은 얼룩덜룩한 정맥으로 뒤덮여 있고 얼굴은 창백하고, 몸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풀풀 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좀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줄리(테레사 팔머)를 바라볼 때 그의 초점 없는 눈은 로맨틱한 푸른 눈으로 바뀌고 흐느적거리는 온몸마저 빛난다.  

일명 좀비계의 꽃미남 그 이름은 알(R). 덤으로 조각 같은 외모와 8등신 비율까지 자랑한다. 인간계를 넘어 좀비계에도 꽃미남 바람이 불어 알은 영화역사상 가장 잘생긴 꽃미남 좀비로 등극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저 잘생긴 꽃미남 좀비와 예쁜 여자를 내세워 로맨틱한 사랑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줄리를 보는 순간 좀비 알은 꿈을 가지게 된다. 그 꿈은 바로 이것! 

너를 만나고 나는 다시 인간이 되고 싶다!” 

알은 오직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좀비가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존재가 되었는지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상형을 만난 후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사랑에 빠진 좀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알은 심장이 뛰는 자, 피를 흘리는 자, 고통을 느끼는 자가 되고 싶어한다.

<웜 바디스, 2013년>

그동안 잔인하고 흉악하게만 비춰졌던 좀비를 사람과 똑같은 마음을 지닌
, 사랑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웜 바디스]의 설정은 새롭다. 특히 인간의 시선이 아닌 좀비 알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극과 극점에 선 알과 줄리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또 다른 버전 같다. 좀비계를 대표하는 알과 인간계를 대표하는 줄리.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둘 사이의 그 무엇이 전쟁터가 되어버린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  

천재 심리학자 제임스 힐먼의 책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 나온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려면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보인다. 사랑의 성질처럼 시각이 변하면 구원의 가능성이 생긴다. (중략) 구원의 중심에 서면 그저 무가치하다고 잘못 판단했던 것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하여 불쾌한 일상의 징후들을 재평가할 수 있으며, 그런 징후의 유용성을 되찾을 수 있다.(67)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갈등이 공존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는 전쟁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죽어간다. 극과 극점에 선 두 그룹이 화해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랑은 '나'를 덜어낼 때만 가능하다. 알이 자신의 속성인 좀비를 덜어낸 후에야 사랑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3단계 좀비, 보니>

[웜 바디스]는 좀비를 3단계로 나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극렬한 풍자이기도 하다. 1단계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꿈을 잃어버린 이들을, 2단계는 자신의 몸을 뜯어먹으면서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들을 은유한다. 3단계에 들어서면 추악한 본능만 남은 뼈다귀 보니가 되어 타인을 공격하고 세상을 파괴한다.

조나단 레빈 감독은 “[웜 바디스]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다. 좀비와 인간, 두 인물의 교감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무자비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 좀비도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한 봄이다. 내 안에 있는 를 조금씩 덜어내고 와 사랑에 빠져보자.


 *
영화에서 좀비를 다룬 첫 작품은 1932년 벨라루고시의 [화이트좀비]. 이후 그 유명한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시작으로 [좀비오], [바탈리언] 같은 수많은 좀비물이 쏟아져 나왔다.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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