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홀리모터스, 당신은 누구인가요?

우리는 각각의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

신숙희 기자 컬처리뷰 송고시간 2013/04/19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5/05/13 00:00:00

<만약에 우리가 서로 몸을 바꿀 수 있다면- 미셸 르미유, 천둥치는 밤>

[연합경제]미셸 르미유의 그림책 [천둥치는 밤]에는 여러 개의 가면 앞에서 고민하는 해골인간이 나온다. 옷장 안에는 다양한 몸이 걸려 있고 서랍장 위에는 세 개의 머리가 놓여 있다. ‘오늘 하루는 어떤 몸으로 살아볼까?’ 해골인간은 옷장 앞에서 망설인다. 처음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때 느꼈던 기괴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13년 만의 컴백작 [홀리 모터스]도 이런 기괴함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홀리 모터스]에는 유능한 사업가 오스카(드니 라방)가 나온다. 오스카는 이른 아침 '성스러운 리무진' 홀리 모터스를 타고 비서 셀린(에디뜨 스꼽)과 함께 새벽부터 저물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빈다. 홀리 모터스가 멈추는 곳마다 오스카는 전혀 다른 아홉 명의 인물이 되어 내린다. 가정적인 아버지에서 광대, 걸인, 암살자, 광인에 이르기까지.

[홀리 모터스]는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이 일은 요원하지 않다.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캐릭터는 그 사람의 존재방식에서 나온다. 에머슨은 "그가 하루 동안 생각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그 사람이다"고 말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습관을 바꿔라, 그러면 성격이 바뀌고, 따라서 운명을 바꾼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캐릭터가 바뀌고 운명을 좌우하고 미래가 결정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우리가 자기 마음에 드는 몸을 고를 수 있다면 누군가가
 내 몸을 가지고 싶어할까? 미셸 르미유, 천둥치는 밤>

오스카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걸음걸이와 옷차림, 말투, 눈빛 등 캐릭터를 결정짓는 모든 요소가 바뀐다
. 배우는 연기를 인식하며 캐릭터를 드러낸다. 우리는 삶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드러낸다

내 삶이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상영된다면, 우리를 엿보는 신들이 있어 내 삶을 훔쳐본다면, 우리는 각각의 인생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셈이다 

영화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 고정관념 그리고 작은 몸속에 갇혀 그로써 자신의 캐릭터가 규정되는 것에 관한 답답함을 풍자한다. 노파는 노파이기에 노파의 시간을 산다. 광인은 광인이기에 광인의 시간을 산다. 결국, 오스카가 연기한 아홉 사람은 다 오스카이기도 하고 또 아니기도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레오스 카락스가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태생에 따라 규정되고 고정관념에 따라 '누구'라 불리는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답답한가? [홀리 모터스]는 현재 자신이 가진 캐릭터를 내려놓으면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홀리 모터스를 타고 파리 시내를 누비는 또 한 명의 인물 진(카일리 미노그)은 카나리아 같은 목소리로 우린 누구였나? 우린 대체 누구였나?’라고 노래하며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한다. 그녀의 죽음은 또 다른 캐릭터의 부활을 상징한다. 지금 나를 이루는 요소들을 내려놓을 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끝 무렵, 셀린(에디뜨 스꼽)은  감춰두었던 가면을 꺼내 쓴다>

비서 셀린(에디뜨 스꼽)은 오스카의 스케줄이 다 끝나고 홀리 모터스를 차고에 넣는 순간, 감춰두었던 가면을 꺼낸다. 그녀가 셀린 역을 내려놓고 가면을 쓰는 순간이다. 촬영이 끝나면 그녀는 셀린이 아니라 에디뜨 스꼽이라는 프랑스 배우로 돌아간다. 비로소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스크린 밖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잠시 라는 일인칭을 내려놓고 당신이라는 2인칭으로 '나'를 관조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당신'에게, 또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신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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