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학에서 듣는 대학축전서곡

서울대 음악대학 정기연주회

김진경 기자 컬처리뷰 송고시간 2013/04/23 00:00:00 최종 업데이트 2013/04/23 00:00:00


[연합경제]4월 8일 서울대 문화대강당에서 열린 서울대 음악대학의 정기연주회는 서울권 음대 정기연주회 중에서 손에 꼽히는 기대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뿐이었다면 음악대학의 학생들, 즉 아마추어가 연주하는 연주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국내 말러 해석 및 연구자로 이름이 높은 지휘자인 임헌정 마에스트로가 지휘를 맡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동문이자 작곡가 주임교수인 임헌정 마에스트로가 동문이자 어쩌면 음악계의 후배로 자라날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낸 브람스와 모차르트는 어떤 것일까.

음악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여는 연주회란 유명 교향악단의 프로페셔널한 연주자들이 들려주는 힘과 각이 들어간 연주회가 주는 감동과는 분명 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른 감동이 있다.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는 느끼기 힘든 풋풋함과 잠재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서 가끔은 부러 찾아가서 들을만하다고 생각한다.

1부의 문을 여는 바그너 로엔그린 전주곡은 악단이 몸을 풀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느낌이었다. 곡 자체를 전달받기엔 미흡했지만 키가 훤칠하고 정정해보이는 지휘자의 다정하고 섬세한 느낌의 손놀림이 인상적이었다.

1부의 메인요리인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은 영화 배경음악과 CF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친근하고 듣기 편한 음악이다. 하지만 듣기에 편하다고 연주하기에 편한 것은 아니다. 모차르트 특유의 살랑살랑한 로맨티시즘과 평이한 듯하면서도 애상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살리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친근하고 로맨틱한 음악이기 때문에 너무 평이하게 연주하면 금새 지루해지기 쉽다. 이번 연주에서는 금빛의 강렬한 한 마리 인어 같은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연주자가 꽤 성실히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평이하고 학생다운 연주였다. 때로 성실함은 그저 성실함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고대하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드디어 2부 첫 곡으로 시작되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멘델스존 등과 더불어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비르투오소를 위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자주 연주되고 대가들이 녹음한 협주곡이라 잘해봐야 본전이란 말이기도 하다.

이번 연주는 비록 약간 맹숭한 감이 있었지만 기교적으로 큰 무리가 없이 담백한 음색과 리듬감을 보여주었다. 카덴차에서 보다 화려한 기교가 감동을 자아내길 기대했다면 무리인 것 같다. 그래도 브람스의 진중함과 장엄미 등을 전달해주었다.

마지막 곡은 대학 강당에서 울려퍼지는 브람스 대학축전서곡이었다. 1부에서 몸을 풀었던 관현악단이 어느새 한 마리의 민첩한 동물처럼 조련사의 지시에 허들을 넘듯이 일사불란하게 지휘를 따라왔다. 브람스가 평소에 잘 안 썼던 타악기가 의외로 선방을 해주었고 깔금하게 소리를 내기 어려운 금관악기군도 별다른 실수 없이 매끄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현악군도 여초현상이 심했지만 날렵다고 씩씩한 기상을 보였다.

연주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봄비이지만 약간 쌀랑한 기운이 빰을 스쳤다. 연주회장에서 빠져나오는 홍조 띈 뺨의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브람스가 대학축전서곡에서 표현하려 했던 촌스럽지만 씩씩하고 많은 것이 함께 들어가서 우글대는 생기가 무언지 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연주회의 가장 큰 수확은 음악은 공연예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음악은 시간예술이지만 공연은 공간과 그날의 날씨와 그리고 음악과 음악을 즐기는 관중이 함께 만드는 예술이라는 것.

김진경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 댓글 -